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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리포트①] 캄보디아 장애인의 삶과 제도를 만나다

Wednesday, 26 December, 2018

크메르 루주 정권 당시, 내전으로 장애 출현율 높아져 
장애인 복지정책, 자체 예산 없이 대부분 해외 원조에 의존

세계은행(World Bank)이 2013년 발간한 '세계 장애 보고서(World Report on Disability)'에 따르면, 2005년 캄보디아 장애인은 인구의 6.4%이다. 이러한 수치는 주변국인 베트남(5.8%), 미얀마(2.0%), 말레이시아(4.5%)에 비해 높다. 크메르 루주 정권 통치기(1975~1979) 당시 내전으로 많은 후천적 장애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변국보다 높은 장애인 출현율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 장애인 정책은 이제 시작 단계이다. 캄보디아는 2009년에 '장애인 보호와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Law on the Protection and the Promotion of the Rights of the People with Disabilities, 아래 장애인법)'을 제정했다. 이후 2012년에는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가입국이 되었다. 정부조차도 집계하지 못할 만큼 많은 비정부기구가 캄보디아에서 장애인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 있는 캄보디아에서 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아래 경기협의회)가 자립생활 이념을 심기 위해 출사표를 던졌다.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사업으로 캄보디아에 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협의회는 지난 12월 25일부터 30일까지 캄보디아에서 현지 사전조사를 진행했다. 이동 시간을 제외한 4일 동안, 연수단은 캄보디아 사회부 장애인복지과, 코이카(Korea International Cooperation Agency, 한국국제협력단) 캄보디아 본부, 캄보디아 한인회, 현지 장애인 가정 두 곳, 캄보디아 전역에서 유일한 자립생활센터인 프놈펜 자립생활센터(PPCIL) 및 장애인 지원 사업을 하는 베테랑 인터네셔널 캄보디아(Veteran International Cambodia, VIC) 등을 방문했다. 비마이너가 이를 동행 취재했다.

 

캄보디아 재가 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다

프놈펜 외곽 지역에 사는 단데빗(가운데 파란 옷을 입은 사람). 그가 사용하는 휠체어는 커뮨 오피스가 연결해준 NGO에서 후원받은 것이다.

뇌병변 장애인인 단데빗은 올해 열일곱 살(한국 나이 18세)이다. 하지만 학교는 3년 늦게 들어가서 8학년(한국 학제로 중학교 2학년)에 다니고 있다. 수도 프놈펜에서 차로 약 한 시간 반 떨어진 은깐달 주(Kandal Province) 뽄히아 르 지역(Ponhea Leu)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은 이혼한 상태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는 인근 관광지에서 캄보디아 전통 과자를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경제적으로는 어려운 상태이다. 

단데빗은 많은 이들의 지원으로 학교에 다닌다. 대부분의 지원은 커뮨 오피스(Commune Office)를 통해 이뤄진다. 커뮨 오피스는 한국의 주민센터와 유사하다. 한 커뮨은 10~12개 마을을 묶은 단위이다. 커뮨 오피스는 단데빗과 NGO를 연결해 휠체어를 제공하고, 재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단데빗은 뇌병변이 심하지 않아 한 달에 두 번가량 재활 훈련을 받으면서 보조기구를 이용해 조금 걸을 수 있게 됐다. 재활 훈련 역시 NGO에서 제공한다. 즉, 커뮨 오피스의 역할은 단데빗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NGO와 연결해 주는 것이다. 

단데빗에게 장애로 인해 불편한 점을 물었더니, 일상생활에서의 어려움은 없지만 학교에서 필기하는 것이 힘들다고 했다. 단데빗에겐 많은 친구들이 있다. 집에서 500m가량 떨어진 학교까지 단데빗의 친구들이 휠체어를 아침저녁으로 밀어준다. 필기도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나 친구들의 필기를 베껴 쓰다 보니, 자신이 써두고 싶었던 것을 취사선택할 수 없다. 

커뮨 오피스의 공무원인 서릿은 단데빗이 사는 마을이 속한 커뮨에 약 1만 명가량의 주민이 살고 있는데, 이 중 장애인은 178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경증 뇌병변 장애인인 단데빗과 달리, 시∙청각 장애인들은 교재나 의사소통 수단이 없어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가정은 올해 24세인 세레붓의 가정이었다. 세레붓은 중증 뇌병변 장애인으로, 그의 부모님은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부모님은 세레붓에게 캄보디아에서 보기 힘든 전동휠체어를 사주기도 했다. 방문한 날 세레붓은 수동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는 해외 수입으로만 구매할 수 있다 보니, 고이 '모셔'두고 평소에는 수동휠체어를 타는 것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니 휠체어에 타이어가 없었다. 타이어가 망가져서 사야 하는데, '어디서 사야 하는지 몰라서' 못 사고 있다고 했다. 커뮨 오피스를 통해 보장구를 지원받는 단데빗과 달리, 세레붓에게는 관련 정보가 전혀 전달되지 않고 있었다. 

단데빗은 커뮨 오피스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데, 세레붓은 어떤지 물었다. 그는 "커뮨 오피스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휠체어 바퀴를 어디서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정보조차 제공받고 있지 못한 상황이었으니, 그의 대답이 이해가 되었다. 커뮨 오피스마다 복지 서비스 편차가 심했다. 

세레붓은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학교에 편의시설이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다닐 수 없었다. 세레붓은 인터뷰 내내 글을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재차 밝혔다. 그렇다면 가족들이 개인 교사를 고용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가정부까지 고용할 정도니 그 정도는 가능할 것 같았다. 아니면 적어도 가족들이 그에게 글을 가르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은 세레붓의 욕구에 둔감했다. 끝내 가족들로부터 세레붓 교육에 대한 확답은 듣지 못했다. 

혼자서 신변처리를 할 수 있는 단데빗과 달리, 세레붓은 일상생활에서 활동보조가 필요했다. 밥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 가족들이 그의 활동을 보조한다. 만약 모두 밖에 나가 있으면, 가정부가 활동보조를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레붓에게 지금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그는 '활동보조'라고 밝혔다. 이미 가족들이 하고 있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가족들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활동보조인이 있으면 나의 결정권이 보장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건 가난하건, 공공기관으로부터 정보 제공이나마 지원을 받건 아니건, 캄보디아 장애인의 삶의 모습은 유사했다. 꿈이 뭔지 물었을 때 단데빗은 "미래가 불확실해서 아직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고 했고, 세레붓은 "장애인 활동가가 되고 싶지만, 글을 모르니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세레붓(가운데 감색 옷을 입은 사람)은 중증뇌병변장애인으로, 신변처리를 할 때 활동지원이 필요하다. 그의 집은 주유소를 운영하여 매우 부유하였음에도, 휠체어 부품을 어디서 사야 할지 몰라 바퀴가 빠진 휠체어를 타고 있었다.

장애인법은 있지만, 자체 예산 없이 해외 원조에 기대는 장애인 정책

캄보디아 장애인 정책은 아직 시작단계이다. 현재 정부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는 장애인 정책은 장애인 연금이 거의 유일하다. 현재 연금은 상이군인만 받을 수 있으나, 2009년 제정된 캄보디아 장애인법에 따라 올해부터 연금 대상이 장애인 전체로 확장될 예정이다. 지난해 4개 주에서 가난하고, 가족 등 보조인이 없으며, 중증 장애인인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사람에게 한 달에 5달러를 연금으로 지급하는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캄보디아 사회 및 퇴역군인·아동 재활부(Ministry of Social Affairs Veterans and Youth Rehabilitation, 아래 사회부) 장애인복지과(Welfare for Persons with Disabilities Department)의 말리노 과장은 "장애인복지과는 장애인 연금 지급, 지역 기반 재활, 장애인 권익옹호, 고용 등 네 가지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추가적으로 2017년에는 고아원에 거주하는 장애아동의 지역사회 거주를 지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 예산 7백만 달러는 유럽 민간단체로부터 지원받으며, 18개월간 진행할 예정이다. 

송향례 코이카 캄보디아 지부 부소장은 "캄보디아 정부 재원의 40%가 원조이다. 큰 사업들은 대부분 정부 재원이 아니라 ODA나 NGO 기금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송 부소장은 "많은 NGO가 들어와 있지만, 장애인을 타깃으로 하는 사업보다는 의료나 보건 등이 대다수인 것 같다. ODA 프로젝트 사업 경우에는 규모가 크긴 하나 수원국인 캄보디아 정부의 요청이 없는 이상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코이카가 캄보디아에 지원하는 ODA 전체 규모는 2300만 달러(한화 약 274억 6천만 원)이다. 그러나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는 않으며, 장애인 직업 훈련 시설인 '반띠 쁘리엡'에 연간 약 3억 원가량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배태수 캄보디아 패럴림픽 위원회 자문은 "법이 있긴 하지만, 정부 예산이 없기 때문에 복지 관련 업무는 대부분 정보 제공이나 연계 사업이라고 보면 된다. 패럴림픽 위원회도 재작년에 처음 왔을 땐 직원이 사무총장 한 명뿐이었다. 재정 지원도 국제 경기 출전할 때만 호텔, 숙식비, 항공료 등이 나온다. 훈련비용도 일부만 나와서 나머지 비용은 모두 개인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는 2010년 이후 꾸준히 연간 7%대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역동적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있는 신흥국가에서, 권리에 기반을 둔 장애인 정책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다음 연재에서는 캄보디아에서 장애인 자립생활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살펴본다.

Source - 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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